진료실에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염증 완화에 도움되는 음식이나 약차를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각종 염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소염 항생제를 오래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어서 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급성염증으로 붓고 열이 나는 눈에 띄는 반응이 있을 때는 소염항생제로 얼른 가라앉히는 것이 빠르고 수월하게 염증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되지만, 만성염증인 경우는 이야기가 상당히 다르다.

염증, 이래서 무섭다

눈에 띄게 염증반응이 빨리 나타나는 급성염증과는 달리, 만성염증은 외부 감염이 원인이 아니라, 면역세포가 만성적으로 염증 물질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원인이어서 전신에 조용히 염증 물질을 쌓아가게 되기때문에 눈에 띄는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리고 오래동안 체내에 쌓인 염증 물질들은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신경도 훼손시켜 다양한 통증을 만들어내고 당뇨 합병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 무서운 것이다.

염증, 전신의 문제다

그리고 전신에 염증물질이 쌓여있는 사람은 늘 피곤하다. 또한 체중이 쉽게 늘어나고 잘 빠지지도 않는다. 한가지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 다른 다양한 염증으로 쉽게 발전하게 되기 때문에 온 몸 이곳 저곳에 생긴 염증반응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특히 요즘같은 폭염 기간 동안은 수면의 질이 나쁘고, 수면시간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피로가 지속되기 쉬운데, 이런 환경은 염증 물질을 더 많이 쌓이게 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연속된다. 그리고 염증으로 인해 손상된 혈관 내피에서 혈전이 생겨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의 위험도 높아지니, 결국 염증은 생명과도 직결된다고 봐도 좋다.

한의에서는 이렇게 치료

이렇게 장기적이고 전신적인 염증이 지속될 때, 소염항생제로는 염증반응을 해결하기 힘들다. 염증도 해결해야 하지만 염증반응이 생기지 않게 면역력을 올릴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한데, 한의학에서는 이 두 가지에 모두 집중하는 치료가 가능하다. 국소 염증의 경우는 소염약침, 봉약침 등의 약침치료로 국소 부위의 염증을 천연약재 추출물과 침치료를 동시에 한다. 만성 염증의 경우는 면역을 올리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해 염증반응을 스스로 억제할 수 있도록 돕는 전신면역약침, 순환약침 등의 약침을 시술하고 다양한 한약을 처방해서 염증반응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치료한다.

먹으면 도움되는 항염증 약재들

노니 열매 : 노니 열매는 항염 성분이 풍부해서 염증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 노니 열매에 함유되어있는 스코폴레틴 성분이 소염, 항염, 항암, 진통 효과가 뛰어나고, 혈관확장을 도와 혈액 순환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노니의 프로제로닌 성분은 세포 재생이 잘되도록 돕고, 활성 산소를 줄여주는 등 항산화 효능도 탁월하다. 열매는 고약한 냄새와 쓴 맛이 있어서 열매 자체를 날 것으로 먹기 힘드니, 쥬스나 차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과하게 섭취하면 설사나 복통을 일으키기 쉬우니, 쥬스나 차로 마시는 경우에도 하루 1-2잔 정도로 마시는 것이 좋다.

강황 : 강황 속 커큐민은 폴리페놀 성분으로 강력한 항염증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혈액 속 염증 물질을 감소시킨다. 또한 커큐민 성분은 항염 효능 외에도 항산화, 항암효과까지 있어서 암 환자들에게도 도움되는 약재다. 한의에서는 ‘울금(鬱金)’이라는 한약으로 사용하고 있는 강황은 관절염증 치료에 실제로도 많이 처방하고 있는 약재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강황은 간 기능을 개선하고 해독하는 효과도 있어서 간염, 지방간 등의 질환에도 도움된다. 강황가루를 티스푼으로 한 숟갈씩 우유나 두유에 타서 마시거나, 밥 지을 때 넣어서 먹으면 된다.

녹차 : 녹차의 떫은 맛은 카테킨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은 강력한 항염 , 항산화, 항균 효과를 가지고 있다. 카테킨 성분은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을 줄여서 혈관, 피부점막 등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녹차 속 폴리페놀의 일종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도 풍부해서, 염증을 줄이고 세포 손상을 막는 효과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녹차의 항균 항염 효능을 이용해서, 감기 들었을 때 몇가지 한약재와 함께 녹차잎을 넣어 푹 삶은 물을 마시도 했다. 아토피, 피부염증, 대장염, 위염 등의 다양한 염증에 효과가 있는 녹차는 차로 우려내어 하루 1-2잔씩 꾸준히 마시면 도움된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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