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진 데 덮친 격…카자흐스탄 폭동 사태로 인터넷 채굴도 차질

지난 10일 서울 빗썸 강남센터에 가상화폐 실시간 거래가격이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지난해 말부터 끝없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최근 며칠간 소폭 상승 반전했지만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치인 6만9000 달러 수준을 기록한 이래 지속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일에는 4만 달러 선이 붕괴되며 고점 대비 42%가 떨어졌다. 가상화폐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가 집계하는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심리를 알려주는 ‘공포·탐욕 지수’는 지난 9일 기준 23점으로 ‘극단적 두려움’(Extreme Fear) 수준을 나타냈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시장 심리가 공포를 느껴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10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이 낙관적으로 행동해 매수 심리가 커진다. 이미 결제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의 경우 자국 화폐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폐가 지닌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향후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3만9558달러까지 하락해 지난해 8월5일 이후 최저가를 찍었다. 코인당 4만 달러가 무너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연준의 조기 통화 긴축 시사 발언과 카자흐스탄 인터넷 폐쇄 여파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외부적 요인은 지난 5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통화긴축 시사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급락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빨리 올리는 것은 물론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 긴축’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로 금융 시스템에서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비트코인 같은 고성장 투기성 자산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아직까지 비트코인은 기술주와 마찬가지로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연일 오르면서 지난해 큰 폭으로 올랐던 가상화폐와 대형 기술주들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지로 꼽히는 카자흐스탄의 인터넷 폐쇄도 가상화폐 가격에 부담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의 불똥이 세계 비트코인 시장으로 튄 것이다.

최근 카자흐스탄에서는 연료값 폭등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인터넷을 폐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비트코인의 18%를 채굴한다고 알려진 카자흐스탄의 인터넷이 끊기면서 채굴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외신들은 카자흐스탄의 인터넷 차단으로 세계 비트코인 채굴기의 약 15%가 기능을 못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향후 비트코인 극단적 전망…최대 50만달러에서 0달러까지 혼선 향후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시기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50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과 0달러에 수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미국의 스타 펀드 매니저 캐서린 우드는 대표적인 가상화폐 옹호론자로 꼽힌다. 그는 가상화폐로 인해 환경오염 문제가 계속 제기되지만 가상화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향후 5년 내 5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계 주요 투자자문 기관들도 비트코인에 일단은 낙관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를 위한 분석에서 “비트코인은 금의 시장점유율을 계속 뺏어 갈 것”이라며 “향후 5년간 가치 저장 수단 시장에서 비트코인 점유율이 50%까지 상승한다면 10만 달러 달성도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14만6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역시 대체자산을 찾는 수요가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이동할 경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극단적인 비관론도 존재한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는 “가상 화폐에 대한 규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면 비트코인 가치는 0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코인 비관론자 캐럴 알렉산더 영국 서식스대 교수도 비트코인이 올해 1만 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상화폐 거래 기반 확대로 장기적 상승 예측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거래기반이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2조달러대(약 2396조원)를 기록했다. 페이팔과 같은 글로벌 결제 플랫폼이 가상화폐 거래로 사업을 확대한 데 이어 글로벌 금융사와 은행도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맷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운용책임자(CIO)는 “가상화폐는 가격이 불안정하다고 해도 기초여건(펀더멘털)은 어느 때보다 탄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펀더멘털이 이겨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