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겠다" 중도사퇴론 일축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열린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제안에 국민의힘 측은 난색을 표하면서 이렇다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공식선거운동 첫날 유세차량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단일화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본격 선거운동이 개시된 만큼 단일화를 위한 물리적 시간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선거일과 투표용지 인쇄일 등 선거일정을 감안할 때 국민의당이 유일한 단일화 방식으로 제시한 여론조사도 진행되어야 하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공식선거운동 개시 이후 나온 다자대결 여론조사도 안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때 10% 중반대를 기록하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뜸들이기에 국민의당은 단일화 결렬 선언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후보 단일화를 배제하고 다른 방식으로 안 후보에게 정치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로드맵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국민의힘은 겹악재를 맞은 국민의당 상황에 말을 아끼면서 안 후보의 자진사퇴 등 결단을 기대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유세버스 사망사고 발생 이후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 안 후보는 18일 영결식에서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결코 굽히지 않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국민의힘에서 제기되는 '중도 자진사퇴론'을 일축한 것이다.

안 후보가 완주 의사를 거듭 재확인하면서 그간 양당의 샅바싸움으로 '공회전' 하던 단일화 논의는 수면 밑으로 다시 가라앉았다. 안 후보가 겹악재를 반전의 계기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여론조사 못받아"...국민의당 "단일화 결렬 선언할 수도"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안 후보에 절대 우위인 상황에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야권 단일후보를 뽑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역선택 가능성이 표면적인 이유다. 자칫 거대 야당인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을 굳이 감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NO’(아니다)라는 굉장히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시한은 보통 선거 40일 전에 이야기 하는데, 이미 한참 지났다"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협상이나 너무 긴 대화가 오가게 되면 국민들이 우리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을 확인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전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재원 최고위원도 "지금 후보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순위는 이미 고정화 돼 있다. 그런데 3위 동메달이 금메달을 뺏을 수 있는 길은 어떻게든 점수 조작을 하든지 이런 방법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만약에 이것을 관철시킨다면 한번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그런 요행수"라고 비판했다.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김 최고위원은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거의 대부분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한다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에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 합친 것이 나온다"며 역선택 문제를 언급했다.

선제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던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의 뜸들이기에 단일화 결렬을 공식선언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시간끌기를 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최진석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나 15일 "(국민의힘) 그분들의 언사를 보면 단일화 의사가 없는 것 같다. 이분들은 정권을 잡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최 위원장은"단일화를 하고 서로 협력해야 할 사람한테 사퇴를 요구한다는 것은 굴복하라는 것 아닌가. 그것은 협상이나 합의를 염두에 두고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의 공식적이고 책임 있는 답변이 없는 상태에서 어느 시점에선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 무산을 공식 선언할 수 있냐’는 질문에 “공식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시한을 못 박진 않지만 이런 제안에 반응이 너무 오래간다는 건 (단일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앞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통령 빼고 다 줄 수 있다"…安 미래 보장 로드맵?

국민의힘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배제하고 안 후보에게 향후 정치적 기반을 보장하는 방식의 제안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이는 후보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안 후보에게) 대통령 빼고는 다 줄 수 있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집약된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안 후보도 정부 각료 배분이라든가 책임총리라든가 이런 관직에 대해서 원하거나 그런 사소한 계산을 하는 분이 아니다"며 "(단일화 전략을) 안 후보의 자존심을 한껏 살려 드리는 쪽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도 같은 날 다른 방송에서 ‘2027년 대선에 안 후보가 나설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는 로드맵을 구상 중이냐’는 질문에 "안철수 후보에게 총리 자리는 정치적 위상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면서 "경쟁적 단일화보다는 더 나은 명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예우가 있지 않겠느냐라는 차원의 메시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음날에도 "안 후보가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때 그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 시점에 먼저 언급할 수도 없고 (윤석열) 후보가 언급하기 전에 그런 것을 앞장서서 언급하는 분들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라고 했다.

경우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의 형태로 양보를 받고 안 후보에게 5년 후 미래, 즉 차기 대선을 보장하는 방안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당장 코앞에 닥친 선거를 앞두고 이는 너무 먼 얘기이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당장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부인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단일화를 전제로 5년 뒤 안 후보에게 정치적 미래를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선거대책본부에서 논의가 진행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에 화답하려면 야권 후보 단일화는 불가피하고 현재 윤 후보의 결단만 남아있는 문제"라며 "아무도 (안 후보의) 정치기반을 만들어줄 수가 없다. 이준석 대표는 이제 입을 다물고 있어야지 자꾸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봐야 된다"며 "그 국민들이 안철수 후보하고 같은 마음으로 움직일텐데 국민의힘은 더 조심해야 된다"며 자중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열린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 영결식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망사고로 유세 중단했지만…安 "결코 굽히지 않겠다"

공식선거운동 첫날 국민의당 유세버스에서 2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 발생한 것도 단일화 논의에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천안터미널 인근에서 정차 중이던 45인승 국민의당 유세버스 안에서 지역 선대위원장과 버스기사가 쓰러진 채 발견돼 즉각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강원도 원주에서도 유세버스 기사 1명이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유세버스에 로고송과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LED 전광관을 작동하기 위해 수하물 칸에 켜둔 자가발전장치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고인들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한 뒤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당의 비보에 정치권도 일제히 애도했다. 불의의 사고로 본의 아니게 공식선거운동 초반을 애도의 시간으로 보내게 되면서 단일화 논의도 잠정 중단됐다.

다만 시차를 두고 조문을 한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안 후보와 빈소 회동을 하면서 회동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빈소를 찾은 윤 후보는 안 후보와 20여분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이 자리에서 단일화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 이야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윤 후보는 "사람들이 추측하는 그런 (단일화) 얘기는 없었다"며 "오늘 이 장소가 장소인 만큼 (위로의 말 외에) 다른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18일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故) 손평오 지역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서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다"며 "결코 굽히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던 '중도 자진사퇴론'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또 "반드시 승리해 이념과 진영의 시대가 아닌 과학과 실용의 시대를 열어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새 시대를 열겠다"며 "손 동지와 저, 그리고 동지들이 지향했던 올바름, 손 동지와 저 그리고 동지들이 이루고자 했던 구체제의 종식과 새 시대의 개막을 위해 굳건하게 가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페이스북 캡쳐.(사진=연합뉴스)
이준석의 '안철수 조롱·비아냥'…불쾌한 국민의당은 반발

단일화 샅바싸움 와중에 국민의힘의 반응과 태도는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이 나온 직후 이준석 대표의 반응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제안 직후에 페이스북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게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 한다"고 반응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 글에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손오공' 이미지를 함께 올려 자신의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았음을 빗대 안 후보를 한껏 깎아내렸다. 또 이 대표는 "매일 네이버 켜고 자기 이름만 검색하고 계시니까 세상이 본인 중심으로 돌고 단일화 이야기만 하는 걸로 보이시는 것"이라며 "토론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 15초 나눠주는 것도 대단한 인심 쓰듯 하는 사람과 뭘 공유하겠냐"고도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반응은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안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될 일을 조롱과 비아냥에 가까운 메시지를 보낸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나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정치적 관계를 떠나서 기저질환을 지닌 코로나 확진자, 부인 김미경 교수의 안위를 걱정하며 울먹이는 타당 후보 스크린샷을 소셜 미디어에 기재하며 조롱하는 공감능력 결여된 이 대표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비상식적인 일을 일삼고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상인 듯 하다"고 비판했다. 신 부대변인은 이어 "이 대표가 안철수 후보에게 매번 패하며 얻은 열등감에 대해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그 또한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 든 하룻강아지 이준석 대표의 과오 아닌가"라며 이 대표를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대표의 태도를 비난했다. 전용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인성은 천박, 말투는 불량, 정치는 트집"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국민의 절반을 대표하는 공당의 대표라면 기본적인 예를 갖추라"며 "부처님이 이준석이고 손오공은 안철수라는 건가? 본인이 타 당의 후보를 길들이기라도 한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가 안 후보를 대하는 자세는 비아냥과 조롱, 무시라며 옆에서 보고 있기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태도가 상대당 후보에 대한 예우나 예의를 갖추지 않아 오만하다는 것이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한 국민의힘 반응에 대해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상임고문은 지난 1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 제안을 윤 후보가 나서서 나는 안 받는다든지, 그냥 하자든지 이렇게 말하는 건 좋은데 같은 야당이 안 후보를 비난하거나 욕하면 안 되잖나"며 "설사 제안을 안 받는다 하더라도 그래도 대통령 후보로 나온 후보인데 국민의힘에서 그 사람을 존중을 해 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