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당 안팎의 비판 확산, 안철수 마음 바꾸게 된 배경”
“윤석열과 안철수에게 단일화는 ‘윈-윈’의 길이 될 수 있는 합리적 선택”
“두 후보 단일화는 정권교체 대세 분위기 만들어 판세에 영향 줄 가능성 커”
윤석열과 안철수의 후보단일화가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새벽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결렬 선언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협상 경과 공개로 무산된 것으로 판단됐던 단일화가 마지막 시한 직전에 반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두 후보는 지난 3일 오전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원팀’ 기조를 세우기 위해 대선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특히 두 후보가 그리는 차기 정부의 형태는 ‘국민통합정부’라고 강조하며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증오와배제·분열의정치를 넘는 첫걸음이 될 것”, “지난 4년 반 동안 내로남불, 거짓과 위선, 불공정 등 비정상으로 점철된 모든 국정운영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단일화의 불씨가 거의 꺼져가던 상황이었는데, 이런 반전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두 후보는 지난 3일 밤 TV토론이 끝난 뒤 심야 회동을 갖고 다음날 새벽까지 논의를 계속해 단일화 합의를 도출했다. 물론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면)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안 후보와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면서 단일화의 문을 계속 열어놓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미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안 후보가 여론조사 국민경선 수용 같은 상황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입장을 바꿔 회동을 제안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리고 단일화 가능성이 무망해진 상태에서 윤 후보가 계속 단일화 문제에 갇혀있는 것도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롭게 내놓을 것이 없었던 윤 후보 측에서 단일화는 사실상 포기하는 분위기가 됐다. 그렇다고 결렬 선언을 한 안 후보가 갑자기 태도를 바꿀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안 후보가 마음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과 같다’고 하는 것일 게다.

후보단일화 타결의 물꼬가 다시 트인 것은 TV토론 직후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함으로써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안 후보 진의를 정확히 헤아리지 못한 상태에서 만난 윤 후보는 새벽까지 회동을 가졌고, 막상 안 후보는 특별히 세세한 조건을 달지 않고 자신의 사퇴를 통한 단일화와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안 후보의 이날 회동 제안은 단일화 조건에 대한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퇴를 통한 단일화 합의에 방점이 이미 찍혀있던 것이었다.

그동안 윤 후보 측이 제시했던 공동정부 구성의 단일화 방안을 거부했던 안 후보는 왜 입장을 바꾸게 된 것일까. 첫째는 결렬 선언 이후 정권교체 여론층으로부터 안 후보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던 점이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안 후보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권교체를 선호하는 보수언론들에서도 안 후보를 질책하는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층에서 비난받게 된 상황은 안 후보로서는 위기의식을 가질 법한 것이었다.

둘째로, 국민의당 최진석 선대위원장이나 이태규 선대본부장 같은 선거 최고위급 책임자들, 김동길 후원회장, 인명진 목사 같은 인사들이 하나같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 반발하거나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도 안 후보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자칫하면 혼자서만 단일화를 거부하다가 고립무원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게 될 법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외쳐왔던 안 후보로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애당초 윤석열과의 단일화를 거부하고 결렬을 선언한 안 후보의 선택은 대단히 비합리적, 비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번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앞으로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는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신의 도움 없이도 윤석열이 당선된다면, 차기 정부에서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차피 자력으로 승리한 마당에, 굳이 까다로운 안철수와 공동정부를 구성해 그의 고집을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정권교체가 되어도 안 후보의 입지는 달라지는 것 없이 국회 3석의 국민의당은 고사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컸다. 당장 오는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과의 연대나 후보단일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니, 자력으로는 당선을 기대할 곳을 찾기 어려울 상황이 충분히 예견됐다.

만약 후보단일화의 무산 속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해 민주당 정권이 연장될 경우, 안 후보는 정권교체 실패 책임론에 휩싸여 야당 지지층으로부터 정치 은퇴 여론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안 후보가 아무리 “후보단일화 결렬의 책임이 제1야당과 윤 후보에 있다”고 강조했던들, 안 후보 자신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독자 완주가 정권교체표의 분열을 낳아 이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정치를 위한 고집에 갇혀 정권교체를 무산시켰다는 야당 지지층의 비난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 확실했다. 물론 정권교체 여론이 그렇게 우세했던 선거에서 안철수와의 단일화도 성사시키지 못한 채 패한 윤석열 책임론도 비등할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를 향한 보수층의 반감은 최고치에 이를 것이고, 그런 환경에서 그가 정치적 앞길을 기약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윤석열과의 단일화 없는 독자 완주는 어떤 선거 결과가 나오든 안철수에게는 정치적 몰락을 자초하는 자살골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정권교체를 외쳐왔던 안 후보가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꿔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며 민주당 정권의 연장을 돕는 선택을 하는 것도 명분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당은 최근 안 후보를 비롯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등에게 통합정부 구성을 제안하고 나왔다. 게다가 의원총회까지 열어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비롯한 국민통합 정부 실천,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 개혁,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및 결선투표제 도입 등 국민통합 개헌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안 후보 등 야권 후보들과의 단일화 연대, 그것이 아니더라도 비민주당 중도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긴급한 입장 변경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김 후보는 이에 화답해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기간 내내 협치를 외면하고 국민통합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민주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야 다급하게 꺼낸 약속들의 진정성 문제가 따른다. 막상 그렇게 해서 협치 연대가 이뤄져 정권을 다시 잡는다 해도, 그 때 가서 다시 이런 저런 이유로 약속이 차일피일 미뤄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안 후보가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깜짝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는 거론됐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쪽에서 계속 ‘단일화 결렬은 안철수의 책임’이라는 공세를 펼 경우, 그에 자극받은 안 후보가 180도 노선을 바꾸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것은 안 후보를 모르는 얘기였다. 안 후보에게는 지난 10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민주당에 맺혀있는 감정의 골이 너무도 깊었다. 민주당과 그 지지세력으로부터 수없이 조롱당하고 모욕을 당해왔다고 생각하는 안 후보가 그런 몇 마디 공약에 솔깃해서 민주당과 함께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이 그런 방향 전환은 표심의 역풍을 초래할 위험도 다분한 법이다. 자칫 ‘제2의 정몽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정몽준 효과’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했지만, 선거일 직전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를 파기하면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갑작스러운 이 사태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던 노 후보의 패색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오히려 투표 당일 노무현 지지표의 결집과 확산의 효과를 낳아 노무현 당선의 결과를 낳았다. 정 후보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경에 대한 역풍이 분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만약 대선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안 후보가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급변의 선택을 할 경우, 당사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윤 후보의 득표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했다.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윤석열이 당선될 경우에는, 안 후보는 더 이상 정치를 계속할 명분과 입지를 모두 잃게 되는 일이었다.

따라서 안 후보가 정권교체 행보의 마지막 지점에서 갑자기 ‘뒤로 돌아’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고려하기 불가능한 경우의 수였다. 실제로 이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까지도 타진했지만, 안 후보는 그에 선을 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전격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선언한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20대 대통령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후보단일화는 타결됐지만, 지금 생각해도 영문을 알기 어려운 미스터리는 대체 안 후보가 왜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빅 카드를 마다하고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을까 하는 점이다. 당장 안 후보가 ‘장제원-이태규’ 라인에서 사실상 합의한 단일화 방안을 어째서 거부했는지 수수께끼다.

윤 후보 측은 협상 과정에서 여론조사 경선 방안은 배제했지만, 안 후보가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공동정부 구성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는 두 후보가 단일화해서 집권했을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정부 구성까지 인사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자는 제안 등, 대단히 파격적인 제안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안 후보가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투톱이 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사실 그 정도 내용이면 여론조사 경선이 아니더라도 윤 후보 측이 과감히 양보한 것이었다. 안 후보로서는 10% 아래로 떨어진 지지율을 갖고도 차기 공동정부의 투톱이 될 수 있는, 속되게 표현하면 로또와도 같은 내용의 것이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선에서 대체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국민의당 협상 당사자 시각에서 봐도 충분히 합의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안 후보는 왜 그러한 잠정 합의를 거부한 것일까. 최진석 선대위원장에 이어 최측근인 이태규 본부장까지 바보처럼 만들면서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애당초 안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단일화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을 가능성이다. 당 선대위 책임자들조차도 여론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판단했고 안 후보도 일단은 그러한 분위기를 거스르기는 어려웠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이 속에 품고 있던 생각으로 다시 결론을 내버렸다는 얘기가 된다.

후보단일화에 대해 최 위원장이나 이 본부장, 지지 선언을 했던 인명진 목사 등이 불가피함을 역설하니까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것 같다가 마지막에 거부해버린 모습은, 중대한 문제에 대한 결정은 결국 자신의 뜻대로 하는 안철수 리더십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거론하는 또 다른 가능성은 제3자의 강력한 의견 개입으로 안 후보가 당초의 단일화 의사를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이든, 이 본부장이든 안 후보의 승인 없이 윤 후보 측과 단일화 논의를 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이고, 그 중차대한 내용을 안 후보가 몰랐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장제원-이태규 합의에 대해 당초 수긍하는 듯하던 안 후보가 이를 뒤집는 데는 다른 누군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어떤 경로이든, 공식적인 선거책임자들의 의견이 묵살당하고 막후에서 결정이 내려지는 안 후보 측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자신이 제안했던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을 윤 후보가 수용하지 않았기에 단일화가 결렬된 것이라던 안 후보의 주장은 여론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지금의 판세가 과연 굳이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후보를 가려야 할 상황이냐는 질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10% 정도 차이만 나도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하자는 요구는 나름 명분과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안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를 요구했다면 윤 후보는 수용하며 화답하는 것이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는 태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30% 이상 벌어지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안 후보 입장에서도 하나마나한 여론조사 경선을 하자는 것은 아닐 테고, 혹시라도 이길 가능성이 있는 여론조사 경선이라 생각해서 제안할 것일 게다.

그런데 만에 하나 지지율이 30% 이상 뒤지던 안 후보가 역선택의 결과로 이기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런 사태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지게 될까. 정치가 도박이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일정 시점부터는, 지금의 판세는 여론조사 경선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라는 점을 안 후보도 인정하는데서 논의가 진행됐어야 했다. 안 후보는 자신이 정권교체의 주연이 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심각했던 것은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 과정에 대해 국민에게 정직하지 않게 설명했다는 논란이었다. 이태규 본부장은 “단일화 관련 어떤 선언을 하게 된다면 공동 정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의 인수위 문제, 행정부 운영 문제, 정당 간의 문제들에 대해 윤 후보께서 갖고 계시는 구상을 저희가 들었다”며 “들은 내용은 제가 돌아가서 안철수 후보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안 후보는 같은 ?기자들에게 “저는 어떤 세부 내용도 듣지 못했다”고 정반대 얘기를 했다. 안 후보는 기자들이 ‘제안은 어떤 내용을 들었나’라고 재차 묻자 “듣지 못했다”고 말했고, “어떤 내용이냐”라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안 후보가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설명이 엇갈려 논란이 되자 안 후보는 “제가 제안을 했었던 국민경선에 대한 입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기대해 사람을 보냈는데, 그것에 대한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그래서 제가 보고를 받지 못했다, 그렇게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을 했다.

하지만 애당초 이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이 없었던 것처럼, 마치 자신은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했던 것은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안 후보는 협상이 아니었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선대위 책임자들이 안 후보 모르게 그런 중차대한 일을 진행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3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영등포 집중 유세에서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과정에서의 온갖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두 후보의 단일화는 결국 이뤄졌다. 안 후보는 마지막 순간에 단일화 합의의 결단을 내렸다는 찬사를 정권교체 여론층에서 받게 됐고, 만약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공동정부의 주역이 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번 과정에서 드러낸 리더십의 한계를 성찰의 대상으로 삼아야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 신뢰를 얻는 리더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를 두고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결렬 선언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고 고립무원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 비로소 마음을 바꾼 그림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윤 후보와의 관계를 넘어 근본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안 후보 자신도 성찰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 단일화는 대선 막판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게 됐다. 이미 온갖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렸던 선거인지라 이제는 네거티브에 대한 피로증이 유발될 뿐, 어느 후보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는 시기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의 지지층도 거의 결집한 상태라 판세 변화를 가져올 다른 변수는 사실상 없어 보인다.

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단일화는 선거구도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막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사퇴했다고 해서 그의 지지층이 그대로 윤석열에게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철수 지지층의 분화를 내다볼 수 있다.

그 가운데는 ‘윤석열-국민의힘’을 거부하는 층도 있을 것이기에, 이 후보에게 이동하거나 다른 후보를 찍을 층도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비율 면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안철수를 따라 윤석열을 찍는 비율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단일화 효과는 상당 정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제까지 차마 국민의힘은 찍을 수 없다던 부동층에게 안철수의 합류는 마음을 바꿀 심리적 명분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단일화 시점이 늦어져 투표용지는 이미 인쇄됐지만, ‘윤-안’의 단일화 뉴스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기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그 사실을 알고 투표장으로 갈 것이라 무효표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을 듯하다.

특히 두 후보의 단일화는 정권교체 대세론의 분위기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 여론이 워낙 강력한 환경이라 안철수와의 단일화 없이도 윤석열의 당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거기에 후보단일화까지 성사됐으니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그런 흐름이 대세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아직도 선택의 결정을 미루고 있던 부동층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투표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를 낳아 윤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게다가 단일화 합의와 함께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갔다. 유권자들은 이제 여론조사 결과들을 알지 못한 채 투표장으로 가게 된다.

이는 정확한 통계적 수치가 아닌, 심리적 요인이 표심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는 시기임을 의미한다. 선거전 마지막에 와서 이 후보는 큰 한방을 맞은 셈이고, 윤 후보는 승기를 잡을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가 그들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보다 승리의 가능성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사실 윤석열과 안철수의 후보단일화는 공동정부라는 합의 위에서 ‘윈-윈’의 길이 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윤석열에게는 대선 승리의 가능성을 한 단계 높이는 안전한 길이고, 안철수에게는 차기 정부에서의 권력분점과 함께 국정경험을 통해 차차기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

거리를 두고 보면 그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막상 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 정치임을 우리는 지켜봤다. 정치에는 이성과 함께 감정이라는 변수가 늘상 개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란 종종 알다가도 모를 것이기도 하고, 모르다가도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며칠 후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누구인지 결정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