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승리 이끈 ‘윤석열의 사람’들 역할도 초미의 관심사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정계 입문 8개월만에 처음 나선 대선에서 승리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그의 당선은 그야말로 정치 신인의 '어퍼컷'에 다름아니다.

검찰에서만 26년을 일하면서 '반부패 검사'로 이름을 날린 윤 당선인은 최초의 검찰출신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윤 당선인은 국정농단 사태때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됐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검찰개혁을 놓고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임기 142일을 남겨두고 검찰총장에서 중도에 물러나는 수난을 겪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에게 정계 입문의 계기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수 끝에 사시 합격…대형 수사 맡으며 ‘스타 검사’로

윤 당선인은 1960년생으로 올해 62세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대학교수 부부의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충암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8전 9기’ 끝에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33회·연수원 23기)해 1994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윤 당선인은 ‘스타 검사’로 이름값을 높이기도 했다.

2002년 1년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다시 검찰로 복귀한 윤 당선인은 대형 수사를 맡으며 '특수통'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 자금 수사를 맡아 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당시 노무현 후보 선대위 정무팀장)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시켰다. BBK 특검에 참여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 또 부산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수사를 맡아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윤 당선인은 또 2013년 4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면서 ‘강골 검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상부의 반대에도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직원을 체포했다. 그해 10월21일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항명 파동’으로 그는 그해 11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2016년 1월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약 4년 동안 한직을 떠돌던 윤 대통령은 2016년 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합류하며 복귀에 성공한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촬영한 사진.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연합뉴스)
文정부 검찰총장 취임…‘조국 수사’ 등으로 갈등 격화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된 윤 당선인은 2년 후인 2019년 검찰총장까지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청와대는 인선 배경에 대해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취임했지만, 윤 당선인은 정부여당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논란과 입시비리 의혹 수사를 시작으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의 수사가 이어졌다. 권력을 향한 수사의 갈등은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며 극에 이르렀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교사 의혹사건 등을 둘러싼 추 전 장관과의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윤 당선인의 인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당과 각을 세우던 윤 당선인은 결국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앞세워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해서는 이준석 대표와 불화설에 휩싸이며 구설에 올랐다. ‘전두환 옹호’ 발언 등 수 차례 이어진 설화로 지지율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높은 정권교체 여론 속에 ‘대세론’을 지켜냈다.

한국 정치사에 이변을 쓴 윤 당선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도 많다. 그는 검사 출신의 첫 대통령, 서울대 법대 출신의 첫 대통령이자 헌정사상 최초의 서울 출생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핵관'서 정권 실세된 장제원 등 윤석열의 사람들

윤 당선인이 정계 입문한지 채 1년도 되기 전에 대권을 거머쥔 것은 주변 인물들의 조력이 필수적이었다.

우선 권성동·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 측근들이 손에 꼽힌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그룹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중순 윤 당선인의 자택을 찾아 국민의힘 입당과 대권 도전 플랜을 공유한 것을 시작으로 선거에 깊숙이 관여했다.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의 외가가 있는 강원 강릉이 지역구로, 윤 당선인과 동갑인데다 검찰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핵심 측근으로 선거를 이끌었다.

장 의원은 이 대표와 갈등을 빚은 '윤핵관' 당사자로 지목되며 선대본부를 떠나 백의종군하면서 윤 당선인을 도왔다. 장 의원은 특히 선거 엿새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성사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협상을 주도했다. 윤 당선인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은 장 의원은 당선 확정 후 곧바로 비서실장을 맡아 '실세'가 됐다.

선대본부 인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검사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지난 1월 기존 매머드급 선대위가 해체돼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합류해 혼란을 수습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정책본부장을 맡아 이후 민주당과의 정책 경쟁에 맞서면서 정책·공약 수립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 주호영 의원 등 국민의힘 당내 인사들도 든든한 우군이다. 특히 충남 공주·부여·청양 출신 정 부의장은 '충청 대망론'을 띄우며 윤 당선인의 입당과 경선, 당 내홍과 야권 단일화 등 주요 변곡점마다 조언자를 자처해왔다.

이밖에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은 선대본부 외곽에서 윤 당선인의 '정치 멘토' 역할을 하며 물밑 조력을 해왔다. 두 사람의 중용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대부분일 정도다.

김동선 기자 박준영 데일리한국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