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산족 호흡 깃든 호숫가 마을', 미얀마 헤호
서 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 기사입력 2021-02-08 09:10:11
  • 한발로 노젓는 인따족.
미얀마 동북부 샨 스테이트 지방의 헤호는 고산족들의 터전이다. 산정 호수 주변으로 샨족, 인따족, 빠우족, 카렌족 등이 거주한다. 붉은 두건을 머리에 감싸거나 목에 굴렁쇠를 찬 부족과 마주치는 것이 이곳에서는 일상의 일이다.

2월로 넘어서는 길목은 샨 스테이트 지방의 봄이 시작될 때다. 이 시기는 미얀마의 척박한 건기지만 산악지대에는 한국의 4월처럼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나 탐스러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라오스와의 접경으로 이어지는 외딴 땅은 트레킹 마니아들에게 아득한 산악 마을과 호수 마을 풍경을 선사한다.

  • 산정호수 방갈로.
‘호수의 아들‘로 불리는 사람들

헤호는 미얀마에서 둘째로 큰 인레호수를 간직한 곳이다. 헤호 공항에서 내려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아득한 산정호수인 인레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8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인레 호수는 길이 22km, 폭 11km 규모로 인근에 수상마을만 17곳에 다다른다.

호숫가 5일장은 인근에 사는 고산족들이 유일하게 만나는 시끌벅적한 공간이다. 다양한 외관의 부족들은 물과 산에서 난 생선과 곡물, 외부에서 들여온 잡화들을 나누며 일상을 공유한다. 뙤약볕을 막기 위해 얼굴에 타네카라는 하얀 나뭇 가루를 칠한 모습은 여인네들의 흥미로운 공통점이다. 고산족들의 시골 장터지만 들여다보면 없는 게 없다.

  • 목에 굴렁쇠를 찬 카렌족.
이곳 고산족들의 터줏대감은 인레 호수 위에 사는 인따족이다. 인따족들은 수경재배를 하며 호수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간다. 그들의 부족 이름에는 ‘호수의 아들’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 배를 탄 승려.
사원, 승려, 축제가 어우러진 삶

인따족들은 노를 발에 걸어 젓고 다닌다. 호수가 넓어 방향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인데 노를 젓는 일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나룻배 위에 도열해 긴 장대로 물을 쳐 고기를 쫓는 풍경에 수상 사원의 불경 소리까지 물 위에 깔리면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감돈다. 인레 호수가 세간에 알려진 것도 호수에서 태어나 물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그들만의 생경한 삶 때문이다.

  • 호숫가 사원.
빠웅 도우 사원은 호숫가 고산족들에게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사원 인근에는 큰 시장이 들어서며 주민들은 사원 경내에서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 헤호 장터.
분홍빛 가사를 입은 ‘띨라신’(비구니)과 배를 타고 유람을 가는 선글라스 낀 ‘폰지’(남승)와도 마주치는 정겨운 풍경이다. 사원에서는 매년 불상을 배에 태우고 수상가옥을 순회하는 빠웅 도우 축제가 열린다. 빠우족들의 잔치인 까띠나 축제도 음력 9월 15일부터 한 달간 호수 인근에서 계속된다.

  • 인레 호수 고기잡이.
산속 은밀한 호수에 살아도 여흥을 즐기는데는 예외가 없다. 헤호의 풍광은 미얀마에서 지나쳐온 것들과는 분명 다르다. 미얀마 사람들이 내륙 깊숙이 여행하려면 한 달 월급과 맞먹는 값비싼 경비를 치러야 한다. 그들에게는 단절된 여행지였던 헤호와 인레호수는 덕분에 고혹스러운 풍경과 아침을 품어내고 있다.



여행 메모
가는 길 헤호까지 육로로는 이동이 쉽지 않다. 미얀마 양곤을 경유해 헤호공항까지 항공으로 이동한다. 호수에서는 보트로 이동이 가능하다.
숙소 이방인들은 호숫가 동쪽마을 낭쉐에 머문다. 낭쉐는 ‘황금의 보리수나무’라는 뜻을 지닌 마을로 게스트하우스와 현지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다. 호수 주변에는 고급 방갈로도 마련돼 있다.
기타 미얀마는 인도 중국 라오스 태국 방글라데시와 접하고 있다. 헤호 지역은 밤낮의 기온차가 크다. 남쪽 도시 만달레이는 미얀마 꽁바웅 왕조의 도읍지로 승가대학이 있으며, 수천 명 스님들이 탁발 공양 행렬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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