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밥그릇 챙기기...얕은 술책”
2개월 허송세월 보낸 국민의힘 위기감 고조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며 "범야권이 힘을 합친다면 못 할 것이 없다. 힘을 합쳐서 새롭고 혁신적인 시정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선되면) 범야권의 건강한 정치인과 전문 인재들을 널리 등용하겠다"며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선거 출마를 검토 중이었던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은 안 대표가 던진 연립정부 구성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만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을 뿐이었다.
2개월 전만 해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장담했던 범야권은 이제는 자칫 패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원순 성추행 의혹으로 잠깐 올라갔던 자신감이 제자리를 찾았을 뿐”이라며 “아무런 전략 없이 2개월을 보내다가 이제 와서 서둘러 연립정부를 운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구체적인 방법론보다 연립정부라는 목적에 방점을 뒀다. 안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널리 범야권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 힘을 합하겠다는 것이고, 저는 그런 취지라면 김 위원장도 반대할 전혀 다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취지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도 취지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가 각기 다른 연립정부를 구상하고 있을 경우엔 선거 막바지에 단일화가 무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년 남짓한 임기 동안 연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며 “실체 없는 공동 운영 제안은 결국 ‘내 밥그릇 챙기기’라는 얕은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남경필의 경기도 연정 벤치마킹?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이 구상하는 서울시 연립정부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과 유사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광역시도 차원에서 남 지사의 연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정이다. 2014년 남 지사는 민주당 소속 인사를 부지사로 등용했다. 또한 명목상 부지사 자리를 민주당 측에 내어 준 것이 아니라 인사·정책 등의 권한을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연합정부를 시행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경기도의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도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 남 지사는 독일의 대연정 사례를 연구하는 등 연정 구성 및 운영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3년 정도 이어진 경기도의 연정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을 내렸다.
한편 1997년 대선 당시 탄생한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최초의 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국무총리, 장관, 공공기관장 등 일부 자리를 나누어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담보된 공동정부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어 남 지사의 경기도 연정을 최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