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질병으로 굳어버린 사람에게 지나가다 툭 던지는 원 포인트 레슨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골프 고수에게나 하수에게나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원 포인트 레슨’이다.

하수라면 골프의 즐거움과 스코어의 개선을 위해 고수로부터 원 포인트 레슨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고수 역시 헤매고 있는 하수를 보면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고픈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원 포인트 레슨은 비상(砒霜)과 같은 극약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원 포인트 레슨은 대단한 효험을 발휘하지만 잘못 남용하면 라운드를 망치고 골프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특히 구력 1~2년 정도의, 골프에 대한 지적 욕구가 왕성한 시기의 초보일 경우 고수와 라운드를 하면 습관적으로 원 포인트 레슨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신에게 맞는 스윙 구축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직 초보이니 곳곳에 문제가 많을 터이고 고쳐나가고 싶은 욕망이 굴뚝같지만 남이 던져주는 원 포인트 레슨을 덥석덥석 받아들이다간 어렵게 구축해온 자신만의 스윙마저 무너져 버린다. 초보라 스스로 스윙의 원리를 깨우치기도 어렵고 남이 툭 던져주는 원 포인트 레슨을 가려서 받아들일 수준도 못되기 때문이다.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고수 또한 하수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해 고수의 원 포인트 레슨이 옳다는 보장도 없다.

한눈에 문제점을 집어낼 수 있는 고수라 해도 문제투성이 하수의 원 포인트 레슨 요청을 받으면 난감해진다. 처음부터 골프를 다시 시작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두 가지 지적으로 고쳐질 것도 아니니 별 수 없이 흔하디 흔한, 그러나 가장 중요한 “좀 더 부드럽게 치도록 하라” “머리를 들지 않도록 신경 써라”고 말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성질 급한 사람의 경우 라운드 중에 원 포인트 레슨을 그대로 적용하다 그나마 어렵사리 일구어 온 자신의 스윙마저 무너뜨리며 라운드를 망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원 포인트 레슨의 효험은 부단한 연습을 거쳐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을 때에만 유효하다.

사실 원 포인트 레슨만큼 무책임한 것도 없다. 원 포인트 레슨이란 다른 것은 80~90% 갖추었는데 무언가 한 구석이 어긋나 잘 맞지 않을 때 필요한 것이다. 이 정도에 이른 골퍼라면 원 포인트 레슨을 요청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해답을 구하려고 애쓴다. 이런 골퍼를 만나면 절로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고 싶은 게 고수의 심정이다. 그리고 놀라운 효과를 금방 발휘한다.

이미 고질병으로 굳어버린 사람에게 지나가다 툭 던지는 원 포인트 레슨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골프란 지문과 같아서 골프채를 잡는 순간 그 사람만의 골프가 형성되게 돼있다. 모두가 비슷한 교습서를 탐독하고 같은 레슨프로로부터 배워도 실제로 구현하는 스윙은 각양각색 천태만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골프를 원 포인트 레슨으로 고치려 드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

원 포인트 레슨을 받으려면 일단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고 동반자 중의 고수에게서 무엇인가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무언가 배울 것을 찾는 골퍼라면 원 포인트 레슨 자체가 필요 없다. 강가의 모래가 소나기를 빨아들이듯 고수가 펼쳐 보이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흡수할 테니까. 그래도 부족할 때 요청하는 것이 바로 원 포인트 레슨이다.

고수 하수 가릴 것 없이 원 포인트 레슨은 결정적인 순간에 딱 한번 쓰는 비상을 쓰는 심정으로 주고받는 가르침일 때 가치가 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은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골프 애호가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