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실마을 전경
천년 세월을 더듬는 ‘’은 독특하다. 대가야의 고장인 경북 고령에서는 따뜻한 봄날, 이색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고령은 오래된 한옥마을과 숨겨진 벚꽃길도 함께 품고 있다.

고분들 사이로 산책하는 체험은 이채롭다. 일명 봄날 ‘’이다. 주산 능선에 200여개의 대가야 고분이 쭉 늘어서 있는데 큰 것은 지름이 20m가 넘는다. 선현의 혼을 음미하며 고령 향교~주산성∼고분군∼왕릉전시관 등 4㎞의 산책로를 걷는 데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고령 벚꽃길

능선 따라 200여기

대가야유적 산책로는 고령향교가 출발점이다. 고대 일본이 대가야로 건너와 세웠다는 ‘임라일본부설’을 입증하기 위해 세운 비석 터를 지나면 대나무밭과 야생화단지가 이어진다.

금산성, 망산성, 노고산성이 둘러싸고 있는 주산성을 지나면 빼곡한 무덤 능선이 언뜻언뜻 나타난다. 이다. 발굴된 것만 200여기가 넘고 봉분이 무너진 것까지 감안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산책길 곳곳에는 대가야의 철기문화 및 순장 풍습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왕족들의 무덤인 고분군은 평지에 위치한 왕릉과 달리 산 위에 자리 잡았으며 크기도 권세에 따라 제각각이다. 단 고분 위로 오르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이곳 고분군들에서 가야의 세력을 엿볼 수 있다. 44호분에서는 왕이 죽었을때 수십명의 신하와 하인들을 함께 묻은 순장의 흔적이 남아 있다. 32호분에서는 가야가 일본에 문화를 전파했음을 보여주는 금동관과 중국계 등잔이 발굴됐다.

고령에는 일본 왕실 선조의 고향이 고령이었다는 비석이 세워진 가 남아 있다. 일본의 역사서적 ‘고서기’에 따르면 일본 왕실의 조상이 벼농사를 짓고 말을 키웠으며 동해를 거쳐 시마네현으로 건너가 여생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지산동 고분군
고천원고지
순장 전시물

개실 한옥마을과 가야산 벚꽃길

을 마치고 대가야시대 특이한 풍습을 보려면 고분군 아래 왕릉전시관에 들려 본다.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순장묘인 지산동 44호분을 재현해 당시 무덤축조 방식,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왕과 시종들은 성별·나이에 따라 순장된 상태가 다양하다. 왕릉전시관 옆 에는 대가야 시대의 철기 문화에 관한 유물이 전시중이다.

고령 트레킹은 4월초가 제격이다. 고령향교에서 주산성까지는 4월초가 되면 왕벚꽃이 피어난다. 고령읍 후암리에서 가야산 입구까지 이어지는 10㎞ 왕벚꽃길도 놓칠 수 없다. 가야산 입구 벚꽃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벚꽃길이기도 하다.

산책으로 노곤해진 몸은 전통한옥 구들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채운다. 꽃과 열매가 많았다는 개실마을은 영남학파 종조인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350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한옥마을이다. 80년대 초 개량사업 때도 현 모습을 유지했는데 고즈넉한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곳은 일본인 등 외국인의 전통문화체험 장소로 인기 높다. 전통 상차림이 곁들여진 민박체험도 가능하다.

 

대가야박물관
고분 트레킹
개실 마을

여행메모

교통: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리다 함양분기점에서 대구방향 88고속도로로 갈아탄다. 고령IC를 빠져나온 뒤 4㎞ 이동하면 고령읍내다.

음식: 고령읍내 시장에 고령돼지, 개진감자, 쌍림부추 등 고령 특산물로 내놓는 한정식집들이 있다. 읍내 시장에서는 맛보는 도 별미다.

기타: 고령 우륵박물관은 우륵과 가야금을 테마로 가야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팔만대장경이 바다로 향하던 낙동강변 개경포도 구경거리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장터국밥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