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집요한 병원 재단 때리기...공직자 개인 원한 개입?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전경. (사진=병원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서울 강남구와 강남구 의회가 한 구립 요양병원을 상대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집요한 감사로 일관한 사실이 알려져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강남구청은 해당 이사장과 병원을 상대로 수사기관에 수십 차례 고발까지 불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지역 내에서는 일부 공직자들이 요양병원 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청탁을 했지만 거부당하자 보복성 조치가 뒤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고발 사건은 이후 소송에서 전부 무혐의로 결론이 나 구립 병원 운영을 도와야 할 지자체가 도리어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구청장은 취업 청탁, 구의원 부인은 보험 영업 구설

이른바 ‘갑질’의 타깃으로 정조준 받은 행복요양병원은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어르신행복타운에 위치한 306병상 규모의 병원이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 전문 치료를 목적으로 2014년 4월 개원한 서울시 최초 구립 병원이다. 입원 환자 대다수는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령환자이다.

행복요양병원이 강남구의 통제를 받는 것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이라는 특유의 사업 방식 때문이다. 행복요양병원은 구립 병원이지만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의료법인 참예원의료재단에 병원 업무를 위탁한 형태이다. 회계 역시 강남구에서 분리된 독립 채산제로 운영된다. 강남구는 병원이 임차한 건물의 시설운영비와 임대료로 분기당 10억원을 지급한다. 병원도 순이익이 발생할 경우 강남구에 납부하게 돼 있다.

문제는 강남구와 강남구의회가 병원 사무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면서 불거졌다. 병원 측은 강남구와 강남구의회의 일부 공직자들이 과거 병원 이사장 등에 청탁을 요구했다가 고발된 과거의 악연이 보복성 행정조치의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은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 신 전 구청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직권남용의 경우 그가 2012년 10월 참예원의료재단의 이사장에게 제부 박모 씨의 취업을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다만 징역 2년 6개월로 감형된 항소심에서는 취업 강요 의혹의 경우 재판부가 “의료재단 대표의 의사결정을 왜곡해 채용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해 혐의를 벗었다.

지난 2015년에는 이재진 강남구의원(국민의힘)의 부인이 이사장을 찾아가 보험 영업을 하고 이 구의원의 학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논란이 불거졌다.

공공기관에 26회 고발...먼지털이식 수사에 직원 유산도

공교롭게도 해당 요구가 거절된 이후부터 행복요양병원은 강남구의 집요한 감사와 고소·고발에 시달렸다. 병원은 2016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국세청 세무조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고용노동부, 성북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 보건소,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서울경찰청, 건강보험공단 등 기관으로부터 총 26회 조사를 받았다. 이중 21건은 강남구가, 3건은 강남구보건소, 1건은 강남구 공무원이 고발했다.

대부분 병원 직원에 대한 인건비 부정 지급 혐의가 적용됐고 이외에도 시설운영비 배임 등의 혐의였지만 이중 25건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해당 수사로 병원 직원들이 시달리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 측은 그 여파로 임신 중이던 총무과 직원 1명이 유산하고 간호사가 암에 걸리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구가 병원을 상대로 2014~2019년 5개년 동안 병원 활동에 대한 민간위탁사무감사를 통보했다. 해당 기간의 인력, 예산·회계, 물품, 계약 등 업무 전반 및 사무처리 적정성에 대해 감사에 들어갔다. 병원 설치 조례, 위수탁협약서, 의료법 관련 규정 준수여부 등을 포괄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병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남구에서 요구하는 정보가 포괄적이고 방대하다는 점이다. 요청한 서류 항목만 50여 개에 달했다. 정관, 법인 운영내규, 병원회계 사무편람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것부터 병원 명의 카드 거래내역서, 환자본인부담 수납현황, 의료장비 구입 및 폐기목록, 약품 매입 매출 기록 및 재고관리대장, 세금계산서와 시시콜콜한 비품 목록까지 세세하게 요청했다.

이처럼 지자체가 민간위탁사무와 관련해 집중적인 감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가 산하 공공의료기관 5곳(보라매병원, 동부병원, 북부병원, 서남병원, 장애인치과병원)중 민간위탁사무감사를 한 적은 없다.

병원 관계자는 “매년 회계감사, 행정사무감사를 받았고 전 직원이 은행계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등 집중적으로 시달렸다”며 “우리 병원은 강남구의 먼지털이식 감사에 시달리는 ‘업계 기피병원’으로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강남구 관계자는 “민간위탁사무감사는 조례에서 부여한 강남구 고유 권한이고 이번이 처음이다”라면서 “현재 해당 병원은 위탁기간이 끝나 재위탁 등 이슈가 있는데 그동안 이뤄진 고소·고발 등 건에 대해 민간위탁사무감사를 통해 확인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착수한 것이다”라고 했다.

재위탁 취소했다가 패소…강남구 “사무감사는 고유권한”

한편 위탁사무 계약과 관련해 강남구가 소송을 제기했다가 병원에 최종 패소한 것도 앙금으로 남아있다. 병원은 계약 만료를 앞둔 2018년 12월 당시 공공입찰 절차인 민간위탁적격자심사위원회 심사에서 재위탁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강남구에서 직영으로 전환하겠다며 직권 취소시켰다. 구청은 위원회 결정은 자문 성격이라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병원 측이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결과 지난 2021년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승소하면서 강남구 처분은 최종적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강남구가 최근 민간위탁사무감사를 통보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결국 민간위탁사무 감사 청구에 부담감을 느낀 병원 환자의 보호자들이 강남구와의 관계 개선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8일 이재진 구의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 구의원은 “나는 의료재단과 개인적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행복요양병원 문제는 의료재단이 나가면 해결된다”라며 “병원 수익을 위해 6개월마다 환자를 교체해야 한다. 환자는 기득권이다. 환자를 바꿔야 한다”고 맞섰다.

이 구의원은 <주간한국>과의 통화에서 "환자 교체 발언은 요양병원은 6개월 이상 입원하면 환자 등급을 낮춰 퇴원을 제안하곤 한다는 얘기”라며 "아내가 보험 영업, 학자금 요청을 했다는 건 당시 내가 모르게 이뤄진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의혹은 이미 지난 2018년 선거를 앞두고 나왔던 얘기인데, 당시 당내 공천 심사 과정에서 소명했다"며 "병원 이사장과 직원들은 내 아내가 보험 영업 등 강요 행위나 뇌물요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 저들은 수사 당국의 조사에서도 일방적인 진술 외에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나는 결국 혐의를 벗었다"고 덧붙였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